부산에서 오마카세의 길을 찾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5일동안 부산의 일식 식당들을 돌았다. 지금 준비하는 OMAKASE앱에 소개할 식당들을 직접 보고자 함이었다. 제 피드를 보는 팔로워들의 대부분은 알고 있겠지만, 나는 일본에서는 SURF라는 앱으로 후쿠오카에 오는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후쿠오카의 찐 맛집을 소개하고 그 식당의 메뉴정보를 제공하고 최종적으로는 외국인들에게 가장 허들이었던 예약서비스를 운영했다.
후쿠오카가 어느정도 성공해 일본 전국의 서비스를 준비하던 중 코로나로 안타깝게 한국으로 철수하고, SURF서비스도 중단되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종식되기를 기다리는 중에 국내의 일식 식당과 고객을 위한 OMAKASE앱을 만들고 있다. 작년부터 많은 준비를 하면서 계속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해결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스시야, 카이세키, 캇포, 이자카야, 로바타야키 등 일식관련 식당의 컨텐츠를 제공한다는 기본적인 컨셉은 있었지만, 한국만이 아닌 홍콩, 타이페이, 싱가포르, 방콕, 하와이 그리고 향후에는 뉴욕, 유럽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때, 어떤 앱이어야할지가 고민이었다. SURF와 달리 OMAKASE는 외국인 여행객이 아닌 현지 사람이 타겟이다.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면 나한테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특정 스시야를 꼭집어 거길 가봤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또 꼭집어 일본의 특정 스시야 예약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사케관련 질문에 쥬욘다이(十四代) 마셔봤냐는 것과 똑같다. 좀더 확장하면, 어디 스시야 어떤 카이세키가 제일 맛있었냐고도 묻는다. 사케도 마찬가지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이런 질문이 오고가기 전에, 그동안 갔던 스시야의 셰프가 샤리를 쥘 때 어떤 카에시(返し 쥐는 방식)로 하는지, 샤리에 의도적으로 공간을 만드는 후나조코(船底)는 하는지 그리고 네타에 샤리를 올리고 몇번만에 틀을 잡는지 등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졌는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서비스에 대해서도 어떤 기준을 가지고 보는지도 궁금하다. 이번 부산에서 나는 나름 유명하다는 곳에 가서 식사를 했다. 블로그에는 찬양일색에 흔히 말하는 거기 가봤냐는 식당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술을 따라주고 병을 한손에 들고 흔들며 냉장고로 걸어가는 모습, 이동할 때 들리는 슬리퍼소리 등 거슬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단골이 아닌 손님이 오면, 특히 카운터방식의 일식당은, 간단히 오늘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본인 이름정도는 얘기해야한다. 부산가기전 10일전에 이 식당의 인스타 DM으로 예약문의를 했다. 하지만 식사당일까지 확인을 하지않았고, 나도 발송취소를 했다. 왜 인스타를 운영하는지 모르겠다.
시설이나 인테리어가 으리번쩍해야하고, 일본의 유명 요리학교나 식당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 일본의 유명식당에서 파트장도 안되었다면 대단한 경력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그리고 겸손함이다. 일식이 발전하길 바라는 일인이지만 지금은 최고의 허세판이고 아사리판이다. 물들어올 때 노젓는 형국이다.
PS1 반면 진정성이 가득한 셰프와 식당들도 부산에서 많이 만났다. 다양한 닭고기부위를 담은 플레이트에 부위별 이름을 표시하는 표를 올린 야키토리야, 사케별로 사케의 사진과 설명을 적은 사케후다(酒札)를 만든 사케바, 바쁜 시코미 중에 방문했음에도 말차와 디저트 그리고 예쁜 종이 츠바키(椿 동백꽃)을 접어내온 카이세키식당을 비롯해, 동래에 있는 식당에서는 오후6시에 갔다가 새벽1시까지 식당과 일식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PS2 모두들 아쉬운 것이 많았다. 부위별 이름표를 만들었지만, 일본어로 된 표를 한국어설명으로 매핑(Mapping)될 수 있는 서비스, 검색이 어려운 사케후다를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 외국인 손님도 외국어로 오늘의 카이세키 콘타테(献立 메뉴구성)를 알려주는 서비스, 그리고 식사에 대한 냉정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셰프만 볼 수 있는 리뷰서비스 이런 서비스를 만들어 이 서비스를 진정으로 필요한 식당들에게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PS3 앞으로 스시야나 일식당을 가서 매번 못먹는 식재료를 물어볼 필요가 없다. 식당에 오마카세앱 아이디만 알려주면 인스타보듯 식당에서 손님의 못먹는 식재료는 물론 그동안 맛있게 마셨던 사케의 정보도 확인해 그와 비슷한 사케를 제공할 수도 있다. 부산에서 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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