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사로핀은 자신의 두 눈 앞에 있는
이 거대한 새를 믿을 수 없어서
눈을 두어 번 껌뻑거리다가
다시 쳐다보았다.
다행인지 매는
그 거대한 위용을 과시하며
큰 암석처럼 미동도 없이
무섭고 공포스러울 정도로 고요한
사람의 얼굴보다도 더 큰 두 눈으로
여전히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푸드덕거린다는 소리가 들린 것 같은
착각이 그를 스치고 지나고 난 후,
그 새는 떠올랐다기보다는
솟구치듯이 끝없이 위로
날아올라갔다.
다시 정신이 들고
똑같이 눈꺼풀을 몇 번 떴다, 감았다,
하는 사이에
깨닫지도 못할 정도로
그 거대한 매는 어디에서도
위에서도 밑의 지상에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옛날 옛적에는 말이야,
저기 멀고 먼 북쪽의 케마레이럴맥트렌 산맥 같은 곳엔
땅을 파헤치다 보면 우연히든 작정하고 파든
화석 같은 것들이 나온다고 하네.
그런데 그 화석의 종류들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나?"
"몰라. 묻지 마. 나 이거 서류 어서 써서 제출해야 해."
"거기서 나오는 화석들에는 가끔 물고기들의 것이 있다네.
뼈는 완연히 남아있는.
사람 키만 하거나, 어떤 것들은 사람들 몸집의 두 배 세 배 되는
그런 큰 물고기들이."
"작은 물고기들의 화석은 나오지 않나?
"자네의 그 좁은 아량처럼 작은 물고기들은 글쎄,
잘 모르겠는데.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네."
"그렇군. 다행이군."
"그리고 큰 동물들의 화석도 나온다네.
주로 맹수들이고. 그리고 드래곤도."
종이 몇 장들을 뒤적거리며 부지런히
펜을 움직이며 뭔가를 적던 케트러스경이
고개를 들고 로힌치크경을 쳐다보았다.
펜을 책상의 오른쪽쯤일 한쪽 옆에 마련해놓은 나무로 된
비교적 얇고 넓은 판의 위에 올려놓으며
케트러스가 말했다.
"그거 참. 대단히 궁금하군. 오늘은 점심 식단표가 어떻게 되나?"
사랑이 나를 통해서 그 맛을 퍼트려 준다면?
━봄 없이는 한순간이라도 더 나아가지 않는다면!
내가 슬픔에 팔아넘긴 건 내 손뿐,
제일가는 사랑아, 네 키스와 함께 나를 남겨두렴.
네 향기로 달month의 빛을 막아버려라;
네 머리카락으로 모든 문들을 닫으렴.
내 만일 울면서 잠을 깬다면, 잊지 말아줘
그건 내가 꿈에 길 잃은 아이라서 그런다는 걸
밤의 나뭇잎 사이로 네 손을 찾아다니고,
밀과도 같은 네 애무를,
어둠과 에너지의 번쩍이는 환희를 찾아다녔다는 걸.
내 제일가는 사랑아, 네 꿈 내내
나와 함께 걷는 거긴 어둠뿐이다 :
빛이 되돌아오면 나한테 말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