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억지로 엉덩이 붙이고 안톤 체홉 작품을 본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 이해하기 힘든 작품을 본 탓인지 그 후로는 연극이 싫었는데 고등학생 때 안톤 체홉 작품을 무조건 올려야 한다기에 어떻게든 대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때 뱉었던 대사들이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불현듯 생각나면 참 단순한 대사들인데 왜 그때는 몰랐을까 생각한다.
갈매기를 명동예술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봤었는데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관람하니 배우들의 연기나 새로운 시도의 연출이 훌륭했음에도 공감하지 못하고 객석에 앉아있던 나를 반성하며 공연을 보기 전에 다시 읽어본 갈매기는 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출연하시는 배우분들이 잘 알려진 분들이라 내가 본 연기를 떠올려 각각의 인물에 대입시켜 그들의 연기를 상상하며 읽으니 그럭저럭 재미가 있었는데 본 공연에서는 그 이상으로 표현되는 것들에 황홀하고 희열이 느껴졌다. 정말이지 공연이 안 끝났으면 하는 마음에 대사 하나하나 지나갈 때마다 아쉬웠는데 옆자리 아주머니는 니나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펼치기도 전에 주무셨다.
갈매기는 알면 알수록 사랑이 넘치는 작품이었나 싶다.